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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머 원료의 역사

합성수지-첨가제

by 나도영환도사 2022. 12. 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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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yer과 GE 두 거대 기업에 의해 우연히 거의 동시에 세상에 나오게 된 PC(폴리카보네이트)는 용도가 대단히 광범위하며, 필름 형태로도 제조할 수 있고, 매우 효과적인 전기절연체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블로우몰딩, 압출가공, 사출성형이나 열성형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1930년대 전체에 걸쳐 새로운 폴리머 개발과 상업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PVC, PS(폴리스티렌), PE(폴리에틸렌), 아크릴, 그리고 성형가능한 셀룰로오스 수지 등 모두가 10년 기간 동안 개발됐다. 1940년대에 이르러 PS(폴리스티렌)은 부타디엔 고무를 첨가함으로써 소재의 투명성을 포기하는 대신 범용 원료로서 충격 내성이 개선됐다. 


또한 아크릴로니트릴과의 공중합을 통해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향상된 투명 소재인 SAN을 만드는 방식으로 그 특성의 확장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PS에 부타디엔 고무를 첨가함으로써 역시 투명성을 희생시킨 대신 인성(toughness)이 강화된 ABS도 만들어졌다. 


 오늘날 우리는 초창기의 투명 폴리머 소재들이 일반적으로 SAN이나 아크릴과 같이 단단하고 취성이 강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셀룰로오스 수지 같이 부드럽고 인성이 높았을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 소재들은 많은 경우 개발 초기에는 유리보다 안전성이 높은 대안으로 제시됐다. 


Otto Rohm(오토 롬) 같은 화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개발된 아크릴이 특히 그랬다. 아크릴은 풍화 작용과 자외선의 영향에 대한 뛰어난 내성 덕분에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다용도의 대안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날 PC(폴리카보네이트)라고 알고 있는 완전히 새로운 화학물질이 1950년대 초에 만들어지면서 부드러운 투명 소재와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운 소재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일이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PC의 개발 또한 우리가 앞서 살펴봤던 여러가지 원료들과 비슷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 PC의 개발도 여러 차례 잘못된 출발과 함께 긴 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결국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 이 물질의 발견은 우연히 세계 여러 곳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PC의 생산 개시 시기를 우리는 1950년대 후반으로 알고 있지만, 이 물질은 1898년 독일의 화학자 Alfred Einhorn(알프레드 아인호른)이 실험실에서 처음 만들었다. 그는 뮌헨대학에서 페놀을 최초로 합성했으나 이를 포기한 노벨상 수상 화학자 Adolf von Baeyer(아돌프 폰 바이엘)과 함께 연구와 교수활동을 하고 있었다.


PC는 1898년 처음 만들었어졌다. 
Einhorn은 나중에 노보카인(Novocain)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된 국소마취제 프로카인을 최초로 합성한 사람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1890년대에 Einhorn은 고리형 카보네이트 합성을 시도했다, 하이드로퀴논(hydroquinone)을 포스젠(phosgene)과 반응시켜 PC를 생산해낸다. 그러나 이후 다수의 화학자들이 실험실에서 30년간 실험을 전개했으나 상업적 양산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Einhorn이 수립한 이 화학반응은 결국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PC를 만들어낸 원형이 됐다. 1928년, DuPont(듀폰)의 Wallace Carothers(월러스 캐러더스)와 그가 이끄는 팀은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PC를 생산하기도 했다. 화학적으로 PC와 폴리에스테르는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으며, Carothers가 이 제품 생산을 위해 사용한 응축 반응은 나중에 PC 중합에 사용된 방법과 매우 유사했다.


그러나 Carothers가 생산한 PC는 상용 제품을 특징짓는 방향족 백본(backbone)과는 다른 지방족 백본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 결과, 초기에 생산된 이 PC의 열적, 기계적, 화학적 물성은 유용하지 않다고 여겨졌고, 그에 따라 이 물질들의 본격적 개발도 보류됐다.

GE와 Bayer의 PC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1953년에 이르러 독일 위어딩겐의 Bayer(바이엘)사에서 일하던 Hermann Schnell(헤르만 슈넬)과 그의 팀이 현재 상업적 성공의 발판 역할을 하게 된 PC를 개발했다. 일주일 뒤, 미국 General Electric(제너럴 일렉트릭)의 Dan Fox(댄 폭스) 또한 이와 독립적으로 새로운 전선 절연물질 개발을 위한 연구 중 동일한 화합물을 발견한다. 이 두 가지 버전의 폴리머는 화학적으로는 동일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달랐다. 1955년 Makrolon(마크로론) 상표를 얻게 된 Bayer사의 PC는 선형 폴리머였던 반면, GE는 분지(branched) 폴리머였다.


이 두 물질의 특성은 매우 비슷했다. 이들은 모두 투명하다. 사실 초기 버전은 둘 다 호박색을 띠었지만 1971년 화학적 불순물이 제거되면서 해결됐다. 또한 이 물질들은 알려진 어떤 투명 물질보다 약 50°C(90°F) 높은 연화점을 지녀, 물의 끓는점보다 넉넉히 높았다. 그리고 이들은 그 당시 알려진 어떤 투명 소재보다 훨씬 더 연성이 높았다. 다른 말로 해서, PC는 투명 폴리머를 사용할 수 있는 응용범위를 이전의 어떤 소재보다도 넓게 확장해 주었다.


두 대기업에 의해 거의 동시에 개발된 이 폴리머를 둘러싸고 상당한 수준의 법적 다툼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HDPE와 PP의 개발 과정에서 보았던 30년간의 긴 법적 소송전과는 달리 PC에 대한 권리를 둘러싼 잠재적 싸움은 결과적으로 우선권을 부여받은 회사가 다른 회사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비교적 신속하게 해결됐다. PC에 대한 우선권은 Bayer사에게 돌아갔지만, 1970~80년대 General Electric사에서 나온 영업 문헌을 보거나, 그 시기에 미국 매사추세츠 주 피츠필드 소재의 회사 공장을 방문했다면 모든 PC 관련 지적재산이 GE에 있다고 믿을 만했다.


1978년 필자는 피츠버그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GE는 인구 5만명이 조금 넘던 이 마을에 5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이 직원들은 변압기 사업부, 해군병기 사업부, 플라스틱 사업부 등의 소속으로 근무했다. ‘플라스틱 사업부’ 건물 앞은 영화 ‘크리스마스 대소동(National Lampoon's Christmas Vacation)’에 나오는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수많은 전구들로 꾸며 놓은 주인공의 집처럼 보였다. 필자와 함께 여행했던 친구는 어느 사업부가 제일 잘 나가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에는 Bayer이나 GE 어느 곳도 이 획기적인 물질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2006년 GE는 사우디아라비아 기초산업(Saudi Arabia Basic Industries) 즉 SABIC(사빅)에 플라스틱 사업부 전체를 매각했다. 2015년 Bayer사의 소재과학 사업부 또한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General Electric을 위한 폴리머 혼합물질 분야에서 눈부신 연구를 수행한 바 있던 리더의 지휘 아래 폴리머 사업 전체를 완전히 분사시켜 Covestro(코베스트로)를 세운다. 이는 지난 20년 사이 플라스틱 산업이 초창기의 고속성장 신사업에서 이제 보다 성숙한 사업분야로 바뀌어 왔으며, 또 자본투자 측면에서 대기업의 초점이 어떻게 폴리머의 세계에서 옮겨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 해도, PC의 발견 후 몇 년은 말그대로 정신없는 질주의 시기였다. PC의 생산은 Bayer에서는 1958년, GE에서는 1960년 시작됐다. 그 응용이 전기전자, 건설과 조명, 식품포장, 자동차와 항공우주산업, 의료기기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했다. 


투명성과 강성이 요구되는 어떤 응용 분야든 PC가 소재로 선택됐다. 여기에는 오토바이와 ATV(사륜오토바이)를 위한 안경, 윈드스크린, 페어링, 안전 가림막, 그리고 항공기 조종석의 캐노피까지도 포함된다. 이 폴리머는 용도가 대단히 광범위하며, 필름 형태로도 제조할 수 있고, 매우 효과적인 전기절연체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블로우몰딩, 압출가공, 사출성형 이나 열성형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투명성과 강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PC 선택
1981년 이 소재는 콤팩트 디스크(CD) 제조에 사용되면서 데이터 스토리지 시장에 진입했고, 곧 이어 DVD가 등장했다. 높은 유리전이 온도 덕분에 증기와 고압 오토클레이브를 이용한 멸균에도 적합했고, 비정질 구조와 결합된 폴리머 백본의 방향족 화학구조도 감마, E(전자)빔 등 고에너지 살균 기법에 사용할 수 있는 유력 후보 물질로도 꼽히고 있다. 생체적합성 뿐 아니라 식품접촉 기준을 충족하는 그레이드들 또한 개발됐다. 자외선 안정 그레이드들의 개발로 실외 용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최초의 난연 그레이드는 이미 1970년 개발됐다.


PC는 또한 혼합물질 원료로 가장 자주 사용되는 폴리머 가운데 하나다. 블렌드 즉 혼합원료는 PC가 취약성을 드러내는 영역에서 그 물성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 ABS, SAN, ASA, 폴리에스테르, 폴리우레탄 등과 각각 혼합물질이 만들어졌다. 


2016년 PC 혼합물질의 전 세계 생산능력은 100억 파운드에 달했다. 폴리에스테르와의 공중합체는 사용온도가 200°C(392°F)에 가깝고, 폴리머의 백본에 실록산 화학물질을 통합함으로써 PC의 성능 프로필에서 항상 눈에 띄는 두 가지 약점인 가수분해와 환경 스트레스로 인한 균열에 대한 내성도 개선됐다.


이 모든 놀라운 성공에도 불구하고, PC 역사에 도전과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음 편에서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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